디자인 회사 소개, 추천 07 - 안그라픽스

지난번 편집 전문 디자인 회사를 소개하는 포스팅을 작성할 때 첫 타자를 어느 회사로 할지 고민하던 중

아쉽게 순번이 밀려 소개하지 못했던 안그라픽스를 소개하려고 한다. 업력이 더 오래되어 사실은 첫번째 타자로 소개하는게 맞지만,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회사를 다녔던 직원들의 평이 조금 좋지 못해서 두번째로 소개하게 되었다.

 

 

지난번 육공일비상을 소개할 때 1998년도에 설립된 역사와 전통이 깊은 회사라고 소개한 바 있는데,

사실 오늘 소개할 안그라픽스는 그보다도 훨씬 더 전인 1985년도에 1세대 타이포그라퍼이자 그래픽 디자이너인 안상수 대표에 의해 설립되었다.

 

번외로 얼마 전까지 사용되던 소문자 로고타입에 빨간색 점 심볼이 최근 로고 트렌드를 반영해 더욱 간결해져 대문자 AG만 남은 것도 꽤나 인상적이다. 이렇게 업력이 오래된 회사일 수록 아이덴티티를 지키려 고집할 법도 한데, 변화에 대한 두려움 없이 저렇게 휙휙 바꿀 수 있는 용기도 안그라픽스가 오래동안 잘 운영될 수 있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안그라픽스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웹페이지의 좌측 상단에 그들이 설립되고 나서부터의 시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내가 확인한 순간에 37년 86일 10시간 28분이 되었다는걸 알 수 있다. 첫 기사가 1985년 12월이라고 나오니, 디자인회사로서 감히 상상도 안될 정도로 오랜시간 회사가 운영됐다는게 믿기지가 않는다.

 

 

안상수, 안그라픽스를 대표하는 안상수체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을 것 같다.

2022년에도 여전히 익숙한 정사각형 네모꼴 폰트에서 벗어난 안상수체를 무려 1985년도에 출시했고,

91년도에 한글 프로그램에 탑재되어 전국민적으로 알려졌다. 아마 한글(지금은 한컴오피스)로 작업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이 폰트를 한번씩은 보고 쓴 경험이 있을 것이다.

 

85년이면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고, 폰트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때라 일본에서 건너온 나루체를 한글에 변화, 적용하여 사용되던 굴림체가 사용되던 시기이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안상수체가 그렇게 심미성이 뛰어나거나 항상 따라다니는 탈네모꼴에서 오는 가독성 문제도 있지만, 85년도라는 시대를 생각하면 저렇게 특색있는 폰트를 통해 우리나라 타이포그래피의 수준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건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요즘이야 워낙 이쁘고 특색있는 한글 전용 폰트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시작은 안상수체의 등장이 아닐까 싶다.

 

 

폰트, 타이포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편집 작업물들 역시 안그라픽스 홈페이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로고를 비롯한 전반적인 웹사이트가 리뉴얼이 되어서 그런지 전혀 진부한 느낌 없이(리뉴얼 되기 전의 웹사이트는 개인적으로 조금 답답하고 올드한 느낌이 있긴 했다...), 깔끔하게 정리 된 것 같다. 한번씩 방문해서 직접 확인해보면 좋을 것 같다.

 

 

폰트, 타이포, 편집 디자인 등에 관심이 많다면 601비상과 함께 꼭 알고있어야 할 디자인 회사다.

오랜시간 쌓여온 좋은 작업물들을 통해 배울 점이 많지만, 전직장으로 다녔던 사람들의 평이 좋지 못하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워낙 명성이 좋아 그렇게 하더라도 회사가 운영되는데는 문제가 없기때문에 그렇겠지만, 더 나은 디자인 업계의 문화와 디자이너에 대한 열악한 처우를 생각해서라도 조금은 변화했으면 한다. 그런 점이 개선되어 더 오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인 회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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