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회사 소개, 추천 04 - 스튜디오 에프앤티(Studio fnt)

4번째 소개할 디자인 회사는 바로 스튜디오 fnt.

디자인 에이전시와 스튜디오를 명확하게 구분짓는 기준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소규모'의 인원으로 운영되는 디자인 회사를 디자인 스튜디오라고 부르는 것 같다. 물론 디자인 에이전시라고 불리는 곳들도 소규모로 운영되긴 하지만 스튜디오는 정말 소수 정예의 인원들로 실험적인 디자인을 하는 곳들을 스튜디오라고 사람들은 일컫곤 한다. 그에 반하면 에이전시는 어느정도 회사의 모습을 띄며 조금 덜 실험적이고, 약간 더 상업적인 느낌?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고 이런 차이가 있다는 걸 말하는 것 뿐이다.

 

fnt도 그러하다. 3명의 공동대표, 김희경, 이재민, 길우경이 2006년에 차린 fnt는 3명의 대표를 중심으로 굉장히 실험적인 그래픽 작업들을 진행한다. 일반 사람들에겐 뭐라 콕 집어 표현하기 어렵지만 포트폴리오를 보고나면, 소위 '아, 그래픽 디자인 스럽다'는 느낌을 받는 곳이 바로 디자인 스튜디오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나는 이런 류(?)의 그래픽 디자인을 좋아하진 않는다.

디자인을 예술성과 상업성의 줄다리기라고 비유했을 때,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는 상업성 보다는 그들의 색깔, 취향, 예술성에 좀 더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간혹 보면 정말 난해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그리고 내 디자인 에이전시, 스튜디오 자료 모음집에 보면 이곳보다 훨씬 더 나간 그래픽 스튜디오도 굉장히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소개하는 이유는 fnt는 그 예술성과 상업성의 비율을 적절하게 잘 맞췄다고 생각한다. 그래픽 모티프나 그래픽 패턴이 조금은 난해한 듯하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상업성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사람들에게 특이하다고 생각되고 동시에 큰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2013-14년에 진행했던 jtbc의 리브랜딩 역시 그런 느낌이다. 일반적인 컬러 매치로는 어울리지 않는 보색을 섞어서 키컬러와 모티프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게 일반적인 디자인 회사라면 나올 수 없는 파격적인 색상 조합이었다. 지금이야 시간이 많이 흘러 저런 색상 조합이 비교적 흔해졌지만, 저 당시에는 저렇게 큰 규모의 프로젝트에 저렇게 실험적인 색상을 쓴다는게 당시의 나로서도 충격적이었다. jtbc의 브랜딩 이후에 타 방송사들의 리브랜딩도 저런식으로 흘러가는 걸 보고, 디자인 트렌드를 리드할 줄 아는 스튜디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반면, 앞서말한 것처럼 규모가 큰 프로젝트가 아니라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로 갈 경우 실험적인 디자인 역시 굉장히 매력적으로 작업을 잘하는 편이다. 대충유원지라는 카페의 브랜딩을 맡아서 했는데, 로고 브랜딩부터, 패키지, 인테리어까지 모든 것을 총 어우르는 브랜딩을 진행했다. 대충대충 한다는 의미에서의 대충과 큰 벌레를 뜻하는 대충, 그리고 호랑이를 뜻하는 옛 우리말 대충의 의미를 섞어서 브랜딩이 되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뭐라 콕 집어 설명하기 어려운데, 보면 '아, 느낌있다','그래픽 디자인 스럽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디자인을 배우기도 훨씬 전에 이미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려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계시는 분들이라, 나따위가 감히 이런 평가를 내려도 되나 싶지만 내공이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의 규모에 따라 큰 프로젝트와 작은 프로젝트에서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그 타겟이 누구냐에 따라 진행하는 디자인의 강약조절이 경이롭다. 오랜기간 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 실력들이 포트폴리오에서 나타나는 것 같다. 항상 본받을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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