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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정보

유희열 표절 사태로 인해 생각해 본 디자인 업계의 Originality

by Brand1st 2022.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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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희열의 표절로 인해 가요계가 시끄러운 편이다(매우 주관적인 의견이다. 유튭 알고리즘 때문에 나만 이렇게 느낄 수 도 있다). 최근 발표한 생활음악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아주 사적인 밤’이라는 곡이 일본의 유명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Aqua’라는 곡과 유사하다는 비판이 나왔고, 유희열 측은 ‘빠르게’ 이를 인정하며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했다.

 

표절 인정 초기의 반응들

 

대중과 언론에게 유희열의 이미지가 워낙 친근하고 좋아서였을까? 대응 초반의 분위기는 굉장히 좋았다. '변명없이 빠르게 인정하는 모습이 멋지다', '기승전결이 깔끔한 사과문의 정석'이라는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긍정적인 반응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잠깐이었을 뿐, 추가적으로 드러나는 표절 의혹곡들의 등장에 분위기는 급속도로 반전 되기 시작했다.

 

'빠르게' 인정했다고 했던 것도 사실은 한 네티즌이 21년 12월부터 지속적으로 표절 의혹을 제시하다가, 이게 언론을 통해 공론화 되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빠르게' 대응한 것일 뿐이었다. 한곡의 표절 의혹으로 시작된 일이 이제는 지금까지 유희열이 만든 모든 곡들에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13년간 진행해오던 음악 프로그램인 유희열 스케치북도 하차하고, 두번째 사과문을 올렸지만 분위기는 쉽게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일련의 사태를 보며, 디자인 업계도 공론화 될만한 큰 사건만 없었을 뿐 유사한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 역시 굉장히 주관적인 의견일 뿐이니, 이런 의견이 있다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가면 될 것 같다.

 

보통 디자인을 처음 배우는 대학, 디자인과에서 부터 이 문제는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처음 디자인을 배우면서 잘하고자 열정은 넘치지만, 어떻게 표현해야할 지 모르는 수많은 디자인과 학생들. 수업에서 과제를 받으면, 자기 딴에는 고민고민해서 시간들여 과제를 해간다. 하지만 돌아오는 교수님의 피드백은 차갑기만 하다. '너무 예술성이 강하다','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 등의 반응들. 그에 반해 동기들이 한 과제는 굉장히 '프로페셔널'해 보이고 완성도도 높아 보여, 내 작업물이 한없이 작고 부족해 보인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작업하는지 살펴보니, 그들은 다양한 프로 디자이너들의 '레퍼런스'를 '참조'해서 작업을 한다고 한다. 아, 이렇게 작업하는게 맞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며, 내 눈에 좋아보이는 것들과 비슷하게 작업을 하기 시작한다.

 

 

'폰트는 이런 폰트가 유행이구나, 이 폰트를 따라 써봐야지'. '컬러는 이런 톤이 유행이구나, 이 컬러를 조합해 봐야지'. '레이아웃은 이런 레이아웃이 유행이구나, 이 레이아웃을 사용해 봐야지'. 물론 기본기를 쌓고 배움을 행하는 과정에서 이런 것들은 자신의 디자인을 단단하게 만들고 자신의 색깔을 구축하는데 중요한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완성도는 다소 부족할 지라도 수많은 레퍼런스에 찌들지 않은 디자이너로서 가장 창의적인 시기에 완성도 부족이라는 명목하에 창의성을 누르고 양산형 디자인을 만드는 일반적인 과정이다. 그래도 이 당시에 까지만해도 일말의 양심의 가책같은 게 느껴져, 스스로 통제를 하려고 노력한다. '이건 너무 비슷한거 아닐까? 컨셉만 가져다 써야겠다'라는 식으로.

 

그리고 이런 것들은 회사에 들어가면 더 심해진다. 높은 퀄리티의 작업물을 항상 빨리빨리 결과물을 받아보길 원하는 클라이언트. 그에 비해 수많은 작업과 부족한 시간 그리고 제한된 예산이라는 환장의 콜라보 덕에 이런 죄책감 조차 점차 사라져 간다. '바쁘니까', '돈을 조금 주니깐', '시간이 없으니깐' 와 같은 이유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기보단, 요새 유행하는 디자인을 그대로 '참조' 그리고 '재창조'한다. 심한 경우엔 스톡사이트에 있는 디자인 소스를 그대로 가져다 수정도 없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유행이 지난 허니버터 류 패키지를 예시로 들었지만, 비단 패키지 디자인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그러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디자인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어딜가도 비슷한 디자인을 볼 수 있다. 과연 이 디자인들이 진짜 본인의 의도를 담아서 한 디자인일까? 아니면 클라이언트가 트렌디한 디자인을 원해서 대충 '참조'해서 디자인 한 걸까? 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한편으로는 이해도 된다.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에게 작업 지시를 받아서 진행하는 상업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클라이언트가 지시한 대로 작업하지 않으면, 선택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런 게 몇차례 반복될 경우 일 자체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니깐. 그렇기에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꼭' 창조해야 할 필요는 없다. 정말 창조적인, 소위 크리에이티브 한 작업을 하고 싶다면조금 더 자기 색깔이 묻어나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거나, 정말 자기의 뜻을 담아 작업을 하는 예술가가 되면 된다.

 


내가 글을 쓰면서도 모순적이라는게 느껴진다. '레퍼런스'라는 미명 하에, 남발하는 유사한 디자인들. 그렇지만 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현실. 분명 표절은 잘못됐지만 표절의 기준 또한 모호하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라고 이분법적으로 단순하게 생각할 수 없다. 참 어려운 문제다. 물론 이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건 없다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자신만의 Originality를 가지고 작업하는 디자인 회사, 디자이너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는 점이다. 한번 생각해 볼만한 주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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