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 시간만 따져도 2년 이상이고 마음먹은 시점부터 생각하면 그보다 훨씬 오래전이기에 마음이 조금 헛헛하다. 그래도 이왕 돌아가기로 마음이 정해진 이상 굳이 이곳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단 어서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는 게 낫다는 판단하에 빠른 귀국을 결심했다.
핑계를 조금 대자면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오는 불안함, 초조함을 이겨내지 못할 것 같아서이다. 친구들은 이제 하나 둘 결혼하기 시작하고, 돈도 차곡차곡 모아서 집을 사니 차를 사니 하며 각자의 자리를 잡아가는 마당에 나는 먼 이국 땅에서 별달리 하는 일도 없이 돈과 특히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정말 의미 없는 가정이지만, 내가 나이가 2~3살만 더 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하곤 한다. 그랬더라면 2년이라는 기간을 꽉 채우지 않았을까라며 또 핑계 아닌 핑계를 대고 있다. 뭐 내향적인 성격도 크게 한몫하는 것 같다. 나이가 어렸을 때도 처음 보는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게 어려웠는데, 나이가 들고 거기에 외국어로 관계를 맺으려니 더욱 힘들었다.
진실되게 말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막연한 해외 생활에 대한 동경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의 힘든 생활은 피하고 싶고, 오랜 기간 동안 꿈꿔왔던 해외를 나가기만 하면 내 생활은 바뀌겠지라는 근거 없는 현실 도피로 이곳에 온 것 같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처럼 구체적인 계획 없이 온 이곳은 내게 또 다른 도망갈 곳을 찾게만 하고 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이번이 내게는 해외에서 살아 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고, 이번을 놓치거나 혹은 포기했다면 남은 인생 내내 이곳에 와서 살아보지 못한 것을 후회했을 걸 확신한다. 10여 년 전 카투사(KATUSA)를 지원하고 떨어져서 가지 못한 게 아직도 아쉬운 걸 보면 말이다. 오히려 와서 살아보니,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져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뚜렷해졌다.
예전에 한창 워홀 관련해서 찾아보다가 어느 한 사람의 글을 읽었다. 정확한 제목은 생각이 안 나지만 대략 제목은 워홀 실패기 와 같은 것이었다. 당시에는 왜 비싼 돈 들이고 시간들여서 갔다가 돌아오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그때 그분의 심정도 지금의 나와 같을 걸 생각하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모두가 상상한 것처럼 살아갈 순 없는 거니깐. 또 말이 뒤죽박죽 앞뒤가 없다. 곧 돌아간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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