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만이다.
자가격리 기간에 방안에만 있으면서 '내가 방안에만 있으려고 영국에 온 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원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적응도 하고 친구도 사귈 겸 다니려는 목적이었는데, 자가격리 때문에 어디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친구도 못만드는 걸 생각하니 더 이상 학원을 다닐 의미가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 이유로 다니던 학원도 해지할 겸, 오랜만에 외출을 나섰다.
몸이 거의 다 회복된 줄 알았는데, 찬바람을 쐬자마자 겨울철 휴대폰 배터리처럼 몸 컨디션이 급속도로 안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아마 코로나 후유증이 아닐까 싶다.
내가 다니는 어학원은 토트넘 코트 로드(Tottenham court road)역 근처에 위치해 있다.(손흥민 선수가 있는 토트넘이랑은 다른 곳)
오랜만에 학원에 방문하니 한국인 직원분이 계셔서, 이런저런 나의 상황을 이야기 하고 학원 등록을 취소했다.
매일 오전마다 있던 내 스케쥴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약간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영국에 와서도 쳇바퀴 돌 듯 별로 도움도 안되는 영어 수업을 들으면서 시간을 떼우다가 한국으로 돌아갈 것 같았다.
https://goo.gl/maps/cUiDkgAreuXgeqdUA
WC1B 3DG 런던 · 영국 런던
우편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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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등록을 취소하고 다음으로 향했던 곳은 바로 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
근처에 있으면서도 매번 가야지 마음만 먹고 못가던 곳인데, 오늘 같은 날은 꼭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영박물관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여담으로 영국의 겨울은 한국의 가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한다. 아무리 춥더라도 영상의 온도를 유지하고, 따뜻할 땐 10도 이상. 때문에 겨울이라도 복장이 얇은 편이고 가끔은 반팔이나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길거리에서 패딩과 반팔을 동시에 목격할 수 있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10분 정도를 걷다보니 대영박물관에 도착했다. 진짜 교과서에서나 보던 곳인데, 막상 마주하니 느낌이 묘했다.
대영박물관은 기본적으로 무료입장이다. 하지만 박물관에서 하는 특별전이나 좀 더 유명한 작품을 보기 위해선 티켓을 따로 구매해서 들어가야 한다. 난 즉흥적으로 온 거라 작품을 깊게 감상하기 위한 공부가 덜 되어있어서 무료관람만 우선 했다.
그전까지는 막연하게 그냥 되게 오래된 박물관이겠거니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바닥타일부터 천장 구조까지 너무나 현대적(?)으로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약간 배신감(?)을 느꼈다. (마치 매일 시켜먹는 동네 중국집에 직접 방문했는데, 엄청 깨끗하게 관리되는 느낌..?)
각 공간마다 고대 이집트 시대의 유물부터 시대의 순서대로 감상할 수 있게 배치가 되어있었는데,
한가지 놀라웠던 점은 저렇게 오래된 작품들을 손내밀면 닿을 거리에 별다른 보호도 없이 배치했다는게 신기했다.
전 세계에서 오는 관광객들 때문에 작품이 훼손될 가능성도 있을텐데, 어떻게 저렇게 운영될까 싶었다.
실제로 사용하던 신전, 조각상들을 그대로 뜯어와서 박물관의 공간에 맞게 배치해서 전시하는 것도 되게 흥미로웠다.
지난번 스코틀랜드 국립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대영박물관 내에도 한국실이라는 별도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외국 나와서 한국 관련된 것들이 있으면 한국인으로서 보고 가야하는 게 국룰(?)이다.)
규모는 되게 작은 편이었는데, 한편으론 의문이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영국과 접점이 될만한 사건이 딱히 없는 걸로 아는데, 어째서 우리나라 유물들이 지구 정반대인 이곳에 전시되어 있을까? 전통 가옥의 형태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걸 보면 다른 여타 유물들과는 다르게 뺏긴 건 아닌 것 같고, 홍보차 마련되어있는 공간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중국, 일본을 위한 갤러리도 따로 존재했는데, 그 규모가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다르게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심지어 일본관은 미쯔비시가 직접 운영비를 대고 운영하는 듯 싶었다. 아마 침략이니 뭐니 해서 약탈해 간게 많아서 규모가 크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걸 생각하면 우리나라 전시관이 작은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하는지...
조금 더 깊게 보고 싶었으나, 몸 컨디션이 지나치게 안좋기도 했고 즉흥적으로 온 거라 뭘 어떻게 어디서부터 봐야할지 몰랐다. 결정적으로 시간이 3시반이 다됐는데, 아직 한끼도 안먹은 상태여서 다음번에 공부하고 더 자세히 보기로 마음먹고 박물관을 나섰다.
점심을 먹기 위해 향한 다음 행선지는 Fish Plaice! (Place(장소)가 아니라 Plaice(생선, 가자미)를 뜻한다.)
대영박물관 바로 앞에 위치한 이곳은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시는 식당으로 원래 피시앤칩스를 메인으로 파는 곳인데, 치킨도 맛있기로 유명하다. 지난번에 친구랑 한번 왔다가 너무 맛있게 먹고 생각나서 다시 방문했다.
원래는 학원 친구랑 같이 가려고 했는데, 내가 말을 안하고 불쑥 찾아간 거라 친구는 선약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혼자 방문하게 됐다. 3시가 넘은 시간이라 식당에는 아무도 없었다. 원래 한국에서도 혼자서 치킨을 반마리도 못먹어서 가장 작은 1인분으로 시켰는데, 정말 딱 맞게 먹었다. 정말 게눈 감추듯 흡입했다.
혹시 영국에서 한국식 치킨이 그립다면 진짜 무조건 강추. 후회하지 않을 거에요.
학원을 그만두고 이제 딱히 스케쥴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영국 내에서 여행이나 관광을 위주로 시간을 보낼까 생각중이다. 사실 내 성향이 엄청 활동적이고 액티브하진 않기때문에, 계속 학원에 다녔다가는 학원만 다니다가 끝났을 것 같다.
그만뒀다고 갑자기 막 여행을 다니는게 성격상 쉽지는 않겠지만, 이 시간이 내 인생에 있어서 쉽게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라는 걸 알기에,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할 생각이다. 아직 뭐 딱 정해진 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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