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일 구글이 Google I/O(Input / Output, 연례개발자 회의)를 개최했다. 애플로 치면 WWDC와 같은 행사인데, 나는 개발자도 아니어서 평소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는데 이번 행사에는 신제품 출시가 예상된대서 한번 찾아봤다. 2시간 가량의 기조연설중 1시간 10분 가량은 개발과 관련한 내용이었고, 남은 50분 정도가 신제품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개인적으로 국뽕을 싫어하지만, 우리나라가 유명해지긴 했나보다. 영상 초반부에 멀티서치 내용을 설명하면서 갑분 튀어나온 잡채와 영상 중간중간 기능을 시연하면서 나오는 다양한 갤럭시 제품들, 그리고 영상 마지막 부분에는 AR 글래스를 설명하면서 다시 한번 한국음식이 나온다. 아무래도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가장 유명한게 갤럭시라서, 그리고 갤럭시 만큼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잘 유지하는 기업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픽셀(Pixel) 6a
신제품 첫번째 주자는 픽셀(Pixel) 6a. 사실 픽셀이 꾸준히 나오는지도 모르고 있었을 정도로 무관심했었는데, 작년에 픽셀 6가 출시되었고 이번에는 가격을 조금 낮춰서 중저가를 타겟팅한 제품으로 나왔다. 갤럭시A 시리즈와 포지션이 비슷한 제품인 것 같다.
스펙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6.1인치 FHD+ 60Hz 디스플레이, 128GB 단일용량, 기존 픽셀6와 동일한 텐서(Tensor)칩셋, 4400mAh 배터리, 스크린 지문인식 등이 적용된다. 색상은 Charcoal, Sage, Chalk 3종으로 출시되며, 449달러에 7월 21일부터 사전예약을 받아 7월 28일날 정식 출시된다.
픽셀의 몇안되는 장점(사실 어떻게 보면 이 장점이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이라고 하면, 구글의 순정 안드로이드 OS를 가장 빨리 그리고 가장 오래 지원받을 수 있는 레퍼런스폰 이라는 점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을 제외한다면 하드웨어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매년 꾸준히 제품을 출시하는 애플이나 삼성에 한참 못미친다. 그런점을 감안했을 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픽셀의 프리미엄 라인업을 구매하는 것보단 6a 처럼 중저가형 모델을 구매하는게 낫지 않나 싶다.
픽셀(Pixel) 7 & 7 프로(Pro)
바로 다음으로 소개된 제품은 픽셀의 플래그십 라인업인 픽셀 7과 7 Pro. 신제품만을 위한 기조연설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스펙시트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프로는 트리플 카메라, 기본 모델인 7은 듀얼카메라를 가지고 있는게 특징이다. 2세대 텐서칩이 사용된다고 하고, 저 카메라 센서 크기가 커짐에 따라 저 카메라띠(?) 부분이 전세대 대비 더욱 두꺼워졌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갤럭시나 아이폰처럼 좌측 상단에 큼직하게 박혀있는 카메라 섬 형태보다는 픽셀의 띠 형태의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드는 것 같다.
가격도 사양도 알 수 없었지만, 올 가을에 '공개(출시X)'된다고 하니 확인해보면 될 것 같다. 픽셀 6a와의 카니발라이제이션을 의식해서인지 6a의 출시 이후 공개하는 듯하다. 전작과 디자인적으로 큰 변화는 없어서 디스플레이 사이즈나 무게, 가격과 같은 스펙은 전작과 유사할 것으로 예측된다.
픽셀 버즈 프로(Pixel Buds Pro)
"Now, great phones need great your buds." 픽셀 7 & 7 프로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앞의 멘트와 함께 픽셀 버즈 프로가 소개되었다. 무선 이어폰 시장이 이제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니, 구글도 뛰어들지 않을 수 없었나보다. 파이를 나눠먹기 위한 기업들간의 경쟁은 소비자 입장으로서 반갑지만 구글의 엉성한 하드웨어 완성도는 아쉬울 따름이다. 최근에는 구글 기기를 사용해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예전에 LG나 삼성에 외주를 주고 맡긴 넥서스폰이나 좀이따 소개할 시장을 포기했다가 다시 부활한 넥서스 태블릿 시리즈의 완성도는 가히 처참한 수준이었다. 그것도 오래전 이야기이니 많이 발전했으리라 기대해본다.
픽셀 버즈 프로의 가격은 199달러. 에어팟의 미친 가격에 적응이 된 것인지 프로가 199달러라고 하니깐 오히려 저렴해 보이는 이상한 생각이 든다. 프로라서 당연히 ANC(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강조. 픽셀 6a와 마찬가지로 7월 21일부터 사전예약을 받으며 7월 28일 정식 발매가 될 예정이다.
픽셀 워치(Pixel Watch)
소문만 가득했던 픽셀 워치가 등장했다. 이를 위해 핏빗까지 인수한 구글이었는데, 얼마나 완성도 있게 나왔을지 궁금하다. 타 브랜드들의 스마트워치들과 비슷하게 심박수, 수면 추적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고 하는데, 난 스마트워치에 큰 관심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 다만 디자인적으로 봤을 때, 애플의 사각형 디자인을 채택하지 않고 같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갤럭시 워치의 원형 디자인을 채택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고 까만 베젤로 가려서 티는 안났지만 은근 두꺼운 베젤도 실제 사용해보면 아쉬움이 느껴질 것 같다.
역시 픽셀 7과 프로와 함께 다가오는 가을 신제품 출시때 같이 발표한다고 한다. 구글이 좀 괘씸한 점이 처음부터 좀 이렇게 같이 적극적으로 신제품 출시하고 같이 경쟁하고 했으면, 더 나은 결과를 얻었을텐데 애플워치나 갤럭시 워치가 시장 파이가 늘어나는게 보이니깐 뒤늦게 참여하는게 별로다.
픽셀 태블릿(Pixel Tablet)
가장 기대를 많이 했고, 가장 짧게 소개했지만 가장 실망한 제품이다. 이건 워치보다 더 괘씸하다. 초창기에 넥서스 시리즈를 레퍼런스 태블릿으로 좀 내주는 듯 하더니, 사업성이 떨어지니 팽하고 삼성이 진짜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멱살잡고 캐리했다. 그 결과, 많이 밀리긴하지만 그래도 아이패드의 대안 정도의 위치가 되고 스멀스멀 중국 브랜드들의 태블릿들도 시장 점유율을 가져오자 이제서야 다시 픽셀 이름을 달고 태블릿을 출시한다고 한다.
영상속 이미지는 실제품도 아니고 가장 멋있어보이는 렌더링 이미지임에도 불구하고 용서할 수 없는 저 두꺼운 베젤 사이즈와 통통한 두께. 차라리 워치처럼 베젤을 검은색으로 처리해서 좁아보이게라도 만들었으면 모를까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더 놀라운건 이 제품이 2022년 가을출시도 아니고 2023년에 나올 제품이라는 점. 저가형 갤럭시 탭A lite 같은(아니, 사실은 그보다도 못하다) 디자인에 어떤 스펙을 달고 얼마에 출시할지 참으로 기대가 되는 제품이다.
영상 막바지에 구글이 개발하고 있는 AR 기술과 그것이 적용되어있는 글래스 제품은 신기했다. 언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해서 글래스에 띄어주는 기술을 소개하는데, 또다시 한글로 된 메뉴판이 등장했다. 구글 개발자 회의에서 '한우육회'라는 단어를 보게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구글은 딱 이런걸 하는게 어울린다. 소프트웨어로 더 뛰어난 혁신을 해내는 것. 어줍잖게 크롬북이니 태블릿이니 스마트폰이니 스펙은 어정쩡하면서 가격은 그에 맞지 않게 비싸게 책정해서 사고 싶지 않게 만드는 신기한 재주가 있다.
너무 비판적인 리뷰였지만, 그럼에도 기대는 된다. 이 역시 애정이 없으면 관심조차 없었을테니 잘됐으면 하는 마음 반, 괘씸한 마음 반을 담아서 살펴봤다. 잘 나와서 이런 비판들이 무색하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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