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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워킹홀리데이/정보 공유

영국, 런던에서 집 구하기(힘듬...)

by Brand1st 2021.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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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영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유학원 선생님에게 자주 들었던 이야기 였다.

 

'지금 런던에서 방구하기가 쉽지 않대요'

 

듣긴 들었지만 내가 직접 겪은게 아니었기 때문에 크게 와닿지 않았고, '나는 뭐 잘 구할 수 있겠지' 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가득했었다. 내가 직접 구하기 전까지는...

 

11월 24일 영국에 도착한 뒤, 25일부터 슬슬 영국사랑과 스페어룸(Spareroom)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처음 살펴볼 때는 뭐가 좋고 나쁜지, 위치는 어디가 안전하고 위험한지 또 교통은 얼마나 편리한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나보다 먼저 집을 구해봤던 많은 선배 워홀러들의 블로그를 통해 나 역시도 정보를 많이 얻었다.

 

정말 많이 검색해보고 찾아보다보니 대략 어느 지역이 안전하고 안전하지 않은지 알게 되었는데, 크게 분류만 하자면 센트럴을 기준으로 북쪽(N)과 북서쪽(NW)에 위치한 지역이 비교적 안전한 지역이 많다(물론 모든 지역이 다 안전하지는 않다. 북서쪽에서도 위험지역은 있다. 일례로 2존 끝자락으로 교통은 좋지만 썩 치안은 좋지 않은 North Acton). 동쪽(E)이나 동남쪽(SE) 지역은 대체로 치안이 북서쪽에 비해 좋지 않은 동네가 많았다(마찬가지로 모든 지역이 다 치안이 좋지 않지는 않다. 내가 찾아본 플랏 중엔 동남쪽의 Canada Water에 위치했던 플랏은 또 괜찮은 동네).

 

무튼 스페어룸을 통해 방을 찾아보다가 괜찮은 곳이 있으면 위험 지역인지 체크 후, 괜찮으면 메세지를 보냈다. 역시나 찾아보니, 우리나라랑은 다르게 집을 들어가는데 요구하는 정보가 많았다. 우리나라야 집보러 갈 때 다방이나 직방같은 앱에서 보고 약속잡고 보러 가면 되는데, 여기는 메세지부터 내가 뭐하는 사람이고 담배는 피는지 안피는지, 성격은 어떤지, 내 취미는 뭔지 이런 걸 자세하게 작성해서 메세지를 보내야 답장을 받고 뷰잉(viewing)을 약속잡을 수 있었다. 뷰잉 약속을 잡고 마음에 든다고 또 다 집을 계약할 수 있는게 아니다. 집주인이 깐깐한 사람이라면 수입 증명부터 추천서(reference)를 요청하기도 한다.

 

 

치안 - 안전한 동네
가격 - 600파운드 이하(면 좋을 듯. 환율 1600원을 기준으로 원화로 96만원 정도. 100만원이 넘어가면 심리적으로 좀 비싸다는 느낌이 개인적으로 있어서 저렇게 정했다.)
교통 - 센트럴과 가까울 수록 좋겠지만 아니라면 3존 내, 숙소가 튜브나 코치를 타는 곳으로부터 너무 멀지 않을 것
시설 - 침대는 싱글도 괜찮다. 컴퓨터를 사용 할 책상과 의자가 구비되어 있으면 좋겠다.

 

런던에서 집을 구할 때 사실 봐야할 부분이 너무 많아서, 나 역시도 나만의 몇가지 조건을 정하고 이에 충족하면 나머지는 어느정도 용납하는 방향으로 조건을 정했다. 모든 조건이 충족되는 집을 구하면 좋겠지만, 그러려면 돈을 많이 내면 되는데 안그래도 살인적인 런던 주거비용인데 더 추가 지출을 할 수는 없다.

 

사실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는 가격도 너무 비싸고 시설도 별로라서 마음에 드는 곳이 몇군데 없었다. 겨우 고르고 골라서 한 두군데 정도만 메세지를 보냈는데, 연락이 오지 않았다. 도착하고 며칠간은 '뭐, 그래 구해지겠지' 라는 생각이 5일 6일이 지나자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한 10군데쯤 메세지를 보냈을 때 쯤이었을까? 첫번째로 뷰잉을 한 곳은 Kilburn Park 에 위치한 한 플랏이었다. 아침에 찾고 메세지를 보내놨는데, 저녁 5시쯤 연락이 와서 오늘 뷰잉 할 수 있냐고 답장이 왔다. 안그래도 초조하던 차에 당연히 된다고 답장을 하고 숙소를 나섰다.

 

 

집주인과 같은 공간을 쉐어(Live-in landlord, 뷰잉을 몇군데 다니다보니 나중에 추가된 조건인데 집주인과 함께 살면 여간 불편한 게 한두가지가 아닐 것 같아 Live-out landlord 로 후엔 찾았다)하고 남는 방 하나를 내가 사용하게 되는 것이었다. 흑인 가족과 함께 살고, 가격은 500파운드로 런던 기준으로 저렴한 편에 속했으며, 교통도 2존에 위치하며 학원이 있는 옥스퍼드 서커스 역까지 한번에 갈 수 있어 좋았으나... 문제는 분위기. 저녁 6시에 도착한 킬번 파크역은 스산함 그 자체였다. 치안도 사실 그렇게까지 안좋은 동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역에서 나오자마자 느껴지는 쎄한 느낌이 있었다. 왠지 밤늦게 돌아다니면 안좋은 일을 한두번쯤 경험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불어 옆방과 아랫방에 가족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도 살짝 부담스러워서, 이곳은 넘어가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보게 된 곳은 North Acton에 위치한 플랏. 사진상으로 봤을 때도 좁다는 느낌이 있긴했지만, 가격이 390파운드 밖에 하지 않았고, 위치도 2존 끝자락에 위치해 괜찮겠다는 생각에 오후 2시에 뷰잉을 잡고 보러 갔다.

 

 

흑인과 무슬림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고 해서 살짝 긴장이 되긴 했는데, 막상 가보니 낮이라 그런지 새로지어진 건물도 많고 도로도 깨끗한 편이라 괜찮아보였다. 처음 가는 곳이라 살짝 헤매긴 했는데, 가는 길에 본 집들과 공원이 너무 아름다웠다. 사실 집만 괜찮으면 여기서 살아도 되겠다 라는 생각이 집을 보기전까지는 들었다.

 

사진이 잘나와서 그런지 사진에 담기지는 않았는데, 우선 집이 너무 지저분했다. 밖에서 흙, 먼지 다 밟고 온(혹은 내가 똥을 밟았을 수 도 있는데...) 내가 신발 신고 들어가도 되냐는 말에 상관없다고 한 점(왜 먼저 집 구한 사람들이 러그바닥 말고 나무바닥을 고수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좁디 좁은 집에 방을 쪼개고 쪼개 6명이서 함께 사는데, 욕실이 하나인 점. 매우 지저분한 주방 및 집안. 집돌이인 나로서는 최악의 조건이었다. 말그대로 잠만 자기 위한 공간이라고 느껴졌다. 열심히 집에 대해 설명을 해주긴 했지만, 이미 내 마음은 떠나버렸다.

 

 

곧바로 같은날 근처에 위치한 Hanger Lane 역에 있는 플랏을 보러갔는데, 진짜 말로만 듣던 뷰잉 바람을 내가 맞았다. 이곳은 우선 역이 3존 중에서도 갈라지는(우리나라로 치면 1호선 구로역에서 인천방면, 아산방면으로 나뉘듯) 곳에 위치해서 배차 간격이 엄청 긴 곳이기도 하고, 가기 위해선 지하 도로를 지나 가야하는데 거기에 노숙자며 흑인들이 많아 위험해 보였으며, 집까지 15분 이상 걸어야 도착하는 곳이라 도착하기 전부터 마음이 좀 떠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시간을 내서 약속을 잡은 거니 보고는 가야겠다 싶어서 어찌저찌 도착해서 연락을 하니, 연락이 안된다... 문을 두드려보고 전화도 해보고 문자도 남겨보고 다 했는데, 묵묵부답. 30분 정도 기다리다 못 기다리겠다고 문자를 남기고 돌아갔다. 숙소에 도착하고나서 저녁 늦게 답장이 오더라... 찾아보니 일부러 골탕먹이려고 저러는 경우도 있다고 하던데, 그렇게 믿고 싶진 않다. 어차피 위치가 별로여서 봤더라도 하지 않았을테니.

 

 

이쯤되니 정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임시 숙소는 이미 예정된 일주일이 거의 다 지나갔고, 메세지를 보내도 연락오는 곳은 저런 곳들뿐이니 이제는 내가 눈을 조금 낮춰야겠다는 생각을 하던차에 지금 살고있는 곳을 발견했다.

 

북서쪽 2존에 위치한 West Hampstead 역에 있는 플랏이다. 우선 동네의 첫 인상은 앞선 3곳과 다르게 그 '쎄한' 느낌이 없었다. 나중에 어학원 선생님이 말해주길, 영국 내에서도 Posh한 동네라고 했다. 정말 실제로 뷰잉을 가봐야한다는 이유가 이런 건지 그 '쎄한' 느낌이 느껴진다면, 그 느낌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 피하자.

 

 

우선 집주인 분이 굉장히 젠틀하신 영국 노신사 분이셨고, 총 3명이서 주방과 욕실을 공유하고 방은 600파운드로 내가 생각했던 범위에 딱 들어왔다. 시설도 우선 굉장히 깔끔했고, 방 크기도 크진 않지만 그래도 이전에 본 방들보단 훨씬 컸다. 번외로 또 마음에 든 부분은 교통수단이다. 런던은 교통수단에 따라서 또 어느 몇 존에서 타느냐에 따라서 비용이 많이 차이가 나는데, 이곳에서 센트럴 런던까지 한번에 가는 139번 버스가 있다. 이게 어느정도 차이가 나는지 대략 설명하자면, 트래블카드 월 정액권으로 결제시 142.1파운드, 한화로 약 22~3만원을 교통비로 매달 지출해야하는데, 버스를 타고 통학하게 되면, 한번 갈 때 1.55파운드 * 2(왕복) * 20(평일 어학원) = 62파운드, 한화로 10만원 정도가 지출된다. 물론 주말에 다른 곳에 놀러가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하면 비용이 좀 더 추가되지만 그래도 교통비가 크게 감소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상이랑 의자가 없어서 따로 구매를 해야한다는 점. 하지만 집구하느라 너무 지쳐있기도 했고, 그런걸 차치하더라도 이보다 나은 조건을 앞으로 내가 구할 자신이 없었다.

 

https://brand-1st.tistory.com/68

 

런던 교통비 비교 / 오이스터 카드(Oyster card), 트래블 카드(Travel card)

맨 아래에 한줄요약 있습니다. 복잡한 거 다 읽기 싫으시면 스크롤 쭉 내리셔서 맨 마지막만 확인하셔도 됩니다. 영국 런던의 교통비는 굉장히 비싼 걸로 유명하다. 비싸기만 한 게 아니라 교통

brand-1st.tistory.com

 

 

방을 본 그날 계약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뭐 물론 계약하는 과정에서 미리 해외송금을 해놓지 않아서 송금이 늦게돼서 애간장이 타고 발을 동동구르던 상황도 있었지만, 어찌저찌 잘 마무리 해서 지금은 마지막 방에서 이 포스팅을 작성하고 있다.

 

임시 숙소에 있을 때는 쉬고있어도 쉬는 것 같지 않고,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진짜 숙소를 구하고 나니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직접 구해보니 처음 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자꾸 생각이 났다. 정말 런던 집구하기 쉽지 않았다. 집을 구하고 나니 또 이것저것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많긴한데, 집을 구하는 것에 비하면 고민이라고 하기도 민망하다. 나만 이렇게 힘들게 구한건지 다른 사람들도 다 이렇게 힘들게 구한건지 모르겠지만, 지내는 동안 별 일 없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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